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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업 글쓰기/사회복지사인 '나'

[권대익] 신명나게 일하는 사회사업가

by 구슬꿰는실 2024. 7. 28.

 

 


 

신명나게 일하는 사회사업가

 

권대익

 

 

 

 

사회복지를 선택한 이유

 

고등학교 3학년, 수능이 끝나고서야 진로를 고민했습니다. 여느 학생처럼 입시공부에만 몰두하느라 정작 나의 적성과 인생 계획을 깊이 생각하지 못한 겁니다.

무슨 학과를 지원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모태신앙으로 신실하게 신앙생활을 하던 저에게 주변에서는 신학대학교를 추천했습니다. 부르심과 소명에 스스로 확신이 없었습니다. 그때 사회복지대학원을 다니던 교회 강도사님께서 평소 저의 모습을 보며 사회복지학과를 추천해주셨습니다. 사회복지학과. 인생의 중요한 선택 앞에서 내 삶의 사회복지 흔적을 떠올렸습니다.

 

초등학교 때 이동 장애가 있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놀림거리와 따돌림 대상이었습니다. 어떤 마음인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제가 이 친구의 이동을 도왔습니다. 남을 돕고자 하는 순수하고 선한 마음이 어렸을 때부터 있었나 봅니다.

 

중학교 때 학교와 집에서 가장 가까운 방화11종합사회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그 시절부터 청소년 봉사활동이 성적에 반영되면서 필수가 되었습니다. 처음 만난 사회복지사 선생님의 친절함과 열정이 마음 깊이 다가왔습니다. 봉사활동 기준시간보다 더 많은 활동을 즐겁게 참여했습니다.

 

대학교 원서 지원을 앞두고 다시 복지관을 찾았습니다. 봉사활동을 할 때 만났던 송선숙 선생님께서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서울신학대학교에 지원한다고 하니 졸업생이라 하셨습니다. 따로 날을 잡아 학교 구경을 시켜주겠다고 하셨습니다. 캠퍼스를 곳곳을 함께 거닐며 선배의 애정 어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학교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싶었습니다.

 

 

 

인생에서 만난 공동체

 

삶의 여정에서 때마다 좋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돌이켜 생각하면 이 만남이 저를 있게 했습니다. 좋은 사람과 만남이 인생의 복입니다.

유년 시절을 경주에서 보냈습니다. 행정구역으로 경주시였지만 시내에서도 멀리 떨어진 읍내, 읍내에서도 멀리 떨어진 조그마한 마을에서 살았습니다. 학교를 다녀오면 동네 아이들이 마을 중앙에 있는 저수지에 자연스럽게 모였습니다. 여러 놀이를 하며 실컷 뛰어놀았습니다. 해 질 녘 밥 먹으라는 부모님의 부름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헤어졌습니다.

 

이웃과 왕래가 잦았습니다. 이웃사촌, 옆집 숟가락 개수까지 안다는 말을 삶으로 체득했습니다.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았던 추억, 마을에서 이웃과 희로애락을 함께한 시간이 저의 정서와 인성에 바탕이 되었습니다.

 

중학교 때 서울로 이사 왔습니다. 먼 타지에서 올라와 사투리 쓰는 아이가 좋은 사람을 만난 곳이 교회였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자연스럽게 교회 형 누나 동생들과 가까워졌습니다. 학교 다녀와서 거의 매일 교회에 모였고 함께 어울렸습니다. 수련회 문학의 밤 성가대 부흥회 중창단 성극 등의 활동으로 신앙이 깊어졌습니다. 축구 농구 탁구 볼링 등 다양한 놀이로 친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신앙공동체가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하나님 사랑을 이웃 사랑에서 느꼈습니다.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힘을 알았습니다.

 

대학에서 기독교 선교단체 활동을 했습니다. 1~3학년은 사회복지 공부는 뒤로 한 채 이 활동에 집중했습니다. 한 차원 높은 신앙생활과 씨름하면서 자아 성찰도 깊어졌습니다. 신앙을 생각하다 보면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 건지 깊이 돌아보고 기도했습니다. 공동체 구성원과 깊이 교제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소모임 활동을 꾸준히 하면서 삶 고민 생각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남자 8명이 한집에 살면서 공동체 생활을 하기도 했습니다.

전공 서적을 공부하며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사회복지실천론·사회복지실천기술론·사례관리론 등에서 사람을 만나는 여러 기법과 과정을 어떻게 습득할 수 있을까요? 이는 활자·시험·자격증으로 익히는 것이 아니라 삶·경험·실천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돌아보면 공동체에서 사람과 깊이 교제한 경험이 사회사업가의 자세와 태도에 바탕이 되었습니다.

 

 

사회사업 학창시절

 

3학년까지는 선교단체 활동을 하며 신앙과 자아에 집중했다면 이후부터 사회사업을 준비했습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장애인복지관에서 2년 동안 근무했습니다. 프로그램 보조, 행정 업무, 가정 방문 등 복지관에서 여러 경험을 했습니다. 함께 일한 실무자와 좋은 관계를 맺었습니다. 퇴근 후에는 꿈지락 모임과 강서구 실무자 모임에 꾸준히 참여했습니다. 여러 책을 읽고 좋은 선배를 만나며 사회복지 현장을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사회사업 캠프와 백두대간 산행을 하며 전국의 여러 실무자와 사회복지대학생을 만났습니다. 그야말로 새로운 세상이었습니다. 사회사업을 뜻있게 실천하기 위해 진지하게 탐구하고 토론하는 실무자와 대학생을 보며 이런 사회복지라면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키웠습니다.

 

복학해서 4학년이 되었습니다. 떠올려보면 1학년 때부터 후배들에게 많은 걸 알려주고 싶은 선배들이 많았습니다. 그때 선배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는데 당시 들은 이야기가 가슴에 남았습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선배를 다시 찾아다니며 인사하며 사회사업 잘해보고 싶다 말씀드렸습니다. 남은 대학 생활동안 현장을 잘 준비하고 싶어 소모임 회장을 자원했습니다. 특강 책모임 기관방문 학습여행 세미나 등 여러 공부를 했습니다. 동기와 후배들을 만나며 즐거운 추억을 많이 쌓았습니다.

실습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멀더라도 좋은 선배가 있고 잘 배울 수 있는 곳으로 지원했습니다. 강원도 태백에 있는 철암도서관에서 실습은 좋은 선배와 이웃을 만나는 기회였습니다. 배운 대로 실천하는 힘을 경험했습니다.

 

사회사업 공부는 신앙과 이어졌습니다. 공평과 정의, 생명과 평화로 더불어 사는 하나님 나라를 살겠다는 신앙고백이 사회사업과 이어졌습니다. 지역복지관에서 더불어 사는 마을을 일구는 일이 제 삶의 소명이 되었습니다.

 

 

 

취업 준비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복지사 1급 시험도 합격했습니다. 아직 현장을 나가기에는 준비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의 걸음을 일 년 늦추고 이 시기를 더 뜻있게 보내기로 했습니다.

 

지역복지관에서 일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하나씩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지역복지와 관련한 세미나와 강의를 다니며 공부했습니다. 실천 사례집을 읽었습니다. 뜻있게 일하는 선배와 기관을 만났습니다. 때때로 쉬며 자연을 누렸습니다.

학창시절부터 여러 선배로부터 기록의 중요성을 들었습니다. 학창시절 배움과 생각을 꾸준히 블로그에 기록했습니다. 취업을 준비하며 블로그에 쓴 글을 모아 책으로 묶었습니다. 이를 취업할 때 이력서와 함께 제출했습니다.

 

 

신명나게 사회사업 실천하는 방법 네 가지

 

어느덧 사회사업가 7년 차가 되었습니다. 6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회복지 현장에서 뜻있게 일하려 애썼습니다.

학창시절 배움과 만남이 제 마음의 거울, 마음의 양심, 거룩한 부담이 되어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언제라도 후배들이 찾아와 어떻게 일하는지 물을 때 부끄럽지 않게 대답하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실천하니 저 역시 즐거웠습니다. 때때로 힘들고 지칠 때도 있지만 소진되지 않고 꾸준히 신명나게 실천했습니다. 이 방법을 공부, 사람, 추억, 글쓰기, 4가지 핵심어로 정리합니다.

 

공부. 어떤 사업을 하든지 먼저 선행연구를 철저하게 합니다. 전임자의 기록을 살피고 다른 기관에서 비슷하게 실천한 사례를 연구했습니다. 공부하고 싶은 교육을 찾아서 들었습니다. 공부하니 길이 보입니다. 어떻게 실천할지, 이 실천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스스로 정리하니 실천에 자신과 힘이 생겼습니다.

 

사람. 현장에서 만나는 주민과 인격적인 관계를 맺었습니다. 사회복지사와 대상자의 만남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으로 만났습니다. 주민과 때마다 주고받은 정이 많습니다. 이렇게 사회사업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집니다.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사회사업 좋은 동료도 만났습니다. 고민과 어려움이 있을 때 지혜와 응원을 받았습니다. 여러 동료가 뜻있게 즐겁게 실천하는 모습을 보며 도전과 자극, 지지와 격려를 얻었습니다. 행복한 사람 옆에 있을 때 내가 행복해지고, 좋은 사람 옆에 있을 때 내가 좋은 사람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뜻있게 실천하려 애쓰는 동료와 교제하니 저도 뜻있게 실천하고 싶은 마음이 커져갔습니다.

 

추억. 때때로 쉬었습니다. 휴가 때마다 산과 들, 바다와 섬으로 여행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누렸습니다. 학창시절부터 차곡차곡 쌓은 추억은 일할 때 힘이 되었습니다.

 

글쓰기. 복지관 행정서류 외에 사업 의도와 과정을 이야기체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복지관 홈페이지에 이 기록을 올리고 사업 결과보고서에도 첨부했습니다. 연말에는 이렇게 쓴 글을 묶어 책으로 출판하거나 자료집으로 엮었습니다. 글을 쓰니 성찰하게 됩니다. 내가 어떻게 실천했는지, 이 사업이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다시 한다면 어떻게 해보면 좋을지 생각했습니다. 기록이 있으니 누군가 한 해 동안 어떻게 실천했는지 물을 때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바쁜 현장에서 사업을 진행하는데 급급했을 듯합니다. 글은 실천의 거울입니다.

 

 

 

한걸음 더

 

다시 돌아와 7년 차 사회사업가인 저를 생각합니다. 연차가 쌓이는 만큼 이제는 현장이 익숙합니다. 출퇴근길도, 사업 준비와 실천도, 글쓰기도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조금만 긴장을 늦추면 타성에 젖는다는 말을 실감할 듯합니다.

 

익숙함이 다가올 때가 성장할 때입니다.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로 도약합니다. 사회사업가가 성장하고 그릇이 커질 때 현장에서 만나는 당사자의 마음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이웃의 인정도 더 많이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요? 성장하고자 애쓰는 모습이 여러 선후배에게 선한 영향력이 흘러갈 겁니다.

 

이 시기에 네 명의 사회사업가가 만났습니다. 책벗과 글 읽기, 책방에서 글쓰기라는 주제로 북스북스팀을 이루었습니다. 책과 동료와 글쓰기.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설렙니다. 올해 만난 세 명의 동료가 사회사업 인생에서 귀한 동반자가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