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 사회복지사, 그 지역에 살아야 할까?
사회복지사가 자신이 일하는 지역에 사는 게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는 이도 있습니다.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는 다른 지역에서 온 사회복지사보다 지역사회를 더 잘 알 테니 일을 수월하게 할 거랍니다. 어느 복지관은 입사 조건으로 복지관이 있는 동네로 이사 와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 복지관도 이유가 있고 사정이 있었을 겁니다. 그래도,
① 그렇다면 처음부터 신입직원 지원 조건을 그 지역 주민으로 한정한다고 했어야 합니다. 다른 지역에 사는 이를 우리 지역을 위해 데리고 오는 모습입니다. 저쪽 지역사회에서는 좋은 사람을 내어주는 것일 수 있습니다. 우리 지역을 위해서라면 다른 지역의 인재를 아무렇지 않게 데리고 와도 된다는 말입니다.
② 그렇게 이야기한 그 복지관 선배들은 그 지역에 살지 않습니다. 모순입니다. 당신도 감당하지 못하는 일을 후배들에게 어떻게 요구할 수 있을지 되묻고 싶습니다.
“노인이 노인의 마음을 제일 잘 안다.”
그렇다면 노인복지관 관장은 노인이어야 합니다. 혹은 직원은 반드시 노인이어야 합니다. 과연 노인이 노인의 마음을 제일 잘 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노인들은 노인복지관 직원이 모두 노인이기를 바랄까요?
“이 동네 주민이 이 동네 사람 마음을 제일 잘 안다.”
그렇다면 그 지역 복지관 관장이나 직원은 그 동네 사람이어야 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지역주민이 그 지역사회를 제일 잘 알고 있을까요? 주민들은 복지관 직원이 모두 동네 사람이기를 바랄까요?
같은 노인이기에 오히려 말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같은 동네 사람이기에 조심스러울 수 있습니다. 내가 그와 비슷한 처지이고 같은 지역에 살기에 그 누구보다 잘 안다는 자신감 때문에 당사자와 지역사회에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사회복지사사무소 ‘구슬’에서는 복지관 현장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대학생을 매년 모집하여 지도해왔습니다. 학생들과 가깝고 친해지려는 마음으로 유행어와 가벼운 농담으로 대하는 게 진정 유익일까요? 그렇게 해서 허물없는 사이가 되는 것이 학생들에게 어떤 이익이 있을지 자신할 수 없습니다.
어떤 광고에서 아이들의 눈높이로 대하는 선생님을 소개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눈높이로 아이들 만나는 선생님이 진정 아이들에게 유익일지 모르겠습니다. 선생님은 선생님답게 행동하고 선생님답게 말했을 때, 이로써 아이들이 보고 배우고 성장합니다.*
* 2014년 5월 15일 KBS에서 방영한 ‘나는 선생님입니다’
중학교 교사 김정석 선생님은 학생들과 친구처럼 지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랬더니 친해진 아이들이 선생님 이야기를 더욱 듣지 않더랍니다. 지금은 선생님다운 선생님이 되려고 애쓴다고 합니다. 그것이 학생을 위하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하셨습니다.
지역주민을 대할 때 지역주민의 눈으로만 대하는 자세와 태도가 진정 지역주민을 위하는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눈높이를 맞추는 게 항상 옳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눈높이’는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만나는 주민이 누구이든, 그를 나와 같은 인격적 존재로 만날 뿐입니다. 사회복지사답게 작은 일도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여 당신 일이게 할 뿐입니다. 친해지기보다 인격적 관계이고 싶습니다.
무엇이 사람 마음을 움직이게 할까요? 주민에게 감동을 주고 마음을 움직여 지역사회를 위해 나서게 하는 마음이 어떻게 일어날까?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게 기술로 가능하지 않을 겁니다. 또 그런 특별한 기법이 있기나 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지역 출신이 강점이기도 하지만, 복잡한 인맥이 벽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같은 지역사회에 사는 게 이해를 돕기도 하지만, 가까이 살며 지나치게 많이 알아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진정성’입니다. 사회복지사의 진정함 마음이 전해졌을 때 사람들은 반응하고 움직입니다. 적어도 복지관 사회사업은 기술보다 태도입니다. 진실한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며 뜻을 좇아 바르게 일할 때, 그 모습에 감동하며 함께하려 합니다. 사회복지사로서 주민과 인격적 만남에 관심이 있습니다.
당사자를 만나는 태도, 즉 말과 행동이 일의 성패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줍니다. 사회사업가로서 말투와 표정, 시간과 자세… 이런 몇 가지만 잘 붙잡아도 사람이 달리 보입니다. 사회사업 현장에서는 기술보다 품성이 많은 것을 좌우합니다.
「사회복지사의 독서노트」 (김세진, 구슬꿰는실,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