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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업 공부 by 김세진/주민모임 (이웃동아리활동)

주민모임 실천 사례 100편 읽기를 마치며

by 구슬꿰는실 2024. 7. 30.

 


주민모임 실천 사례 100편 읽기를 마치며

 

 

김세진

 

 

 

 

 

사회사업 현장에서 ‘주민모임’의 위치

 

‘주민모임 실천 사례 100편 읽기 모임’. 2024년 3월 3일부터 2024년 7월 29일까지,

다양한 현장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 61명과 주민모일 실천 사례를 매일 읽었습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한 편씩.  한 편이 평균 15쪽이니, 약 1500쪽을 읽은 겁니다.

만 5개월을 함께 읽고 나눠준 선생님들, 고맙습니다.

돌아보니 참 큰일 해냈다 싶습니다.

 

 

 

주로 복지관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사회사업 현장의 ‘주민모임’ 혹은 ‘주민조직’ 실천이

언젠가부터 사회사업(social work)에서 이야기하는

지역사회 조직화(C.O : community organization)와는 멀어지고 있습니다.

주로 시민사회단체의 활동기법을 가져와 사용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회복지를 전공한 사회복지사라면 현장에서 사회복지학으로써 주민조직을 이뤄가기 바랐습니다.

그 시작으로 사회사업으로써 지역조직(화)의 개념을 정리하고,

그에 알맞은 사례들을 모아 읽으며 공부하고 싶었습니다.

 

* 사회사업(social work) 핵심 방법은

개별사회사업(case work), 집단사회사업(group work), 지역사회조직(community organization) 세 가지입니다.

우리 현장에서는 ‘지역사회조직화’를 전통적 ‘사회사업 방법’으로 보는 이가 있고,

시민사회현장에서 사용하는 ‘주민조직화 기법’으로 보는 이가 있습니다.

 

‘C.O’를 사회사업 방법으로 사용한다 함은, 이와 같습니다.

구슬 씨를 도울 때 case work으로 돕거나, group work으로 돕거나, C.O로 돕는 겁니다.

사람과 상황과 사안에 따라 이런 방법들을 선택합니다. 궁극적으로 사회복지사는 약자를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고,

social work의 세 방법으로써 당사자를 지원합니다.

 

우리 현장에서는 이런 ‘당사자 지원’을 위한 세 방법의 밀접한 연관이 사라지고

조직화의 목적 자체가 ‘주민조직 몇 개’가 되어버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 결과 지역조직화를 목적으로만 하는 ‘지역조직팀’과 같은 부서가 만들어지고,

그 팀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은 점차 약자에게서 멀어지는 듯합니다.

 

이 현상은 C.O를 정의할 때 ‘Community’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의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결과이기도 합니다.

현장 사회복지사의 정체성과 처지 역량과 기회비용을 생각하여 현실적으로 규정하고

그 한계 안에서 실천한다면 Social work으로써 세 방법의 유기적 연결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최근 우리 현장에서 자주 만나고 있는 사회적 고립 가구와, 외로움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을 돕기 위해서는

더욱 더 현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강한 연결의 주민 모임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비정기적으로, 취향 취미를 중심으로, 만나고 싶을 때만 만나는 느슨한 모임이

이런 상황을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번 100편 읽기 모임에서는 ‘지역복지’를

‘약자가 살아가는 바탕인 지역사회를, 약자가 살아가기 좋은 곳이게 만드는 사회복지사의 실천’으로 조작적으로 정의하였습니다.

이렇게 정의하면 ‘지역사회’는 약자가 살아가는 바탕이고,

약자를 위하여 지역사회를 조직한다는 사회복지사 정체성다운 실천 명분이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조직화의 결과로 만들어지는 주민조직은 ‘목적’이 아니라 약자를 위한 ‘방법’이 됩니다.

사회복지사는 약자를 위하여 존재하는 사람이니, 지역조직도 약자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됩니다.

이렇게 해야 사회사업(social work)의 핵심 관점인

‘환경 속 인간(P.I.E. : Person in Environment)에 들어맞게 실천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글로 나누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충분한 설명 뒤에 실천 사례들을 읽어가지는 못해 아쉽습니다.

이번 모임에서는 실천 사례를 읽는다는 목적이 앞서기도 했습니다.

 

 

 

100편 읽기 모임 의미

 

사회사업 현장을 성장하게 하는 세 축이 있습니다. 이상-방법-사례입니다.

 

이상. 이렇게 열심히 일함으로써 결국 이르고자 하는 지역사회 모습을 제시합니다. 이것이 이상입니다.

우리는 ‘약자도 살 만한 지역사회, 약자와 더불어 사는 지역사회’를 이상으로 제시했습니다.

즉, ‘이웃이 있고 인정이 흐르는 지역사회’를 목표로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방법. 그 이상을 이루려면 그럼직한 방법이 필요합니다.

방법대로 일하면 정말 ‘이웃이 있고 인정이 흐르는 지역사회’가 그려지고, 만들어진다는 매우 구체적 방법을 학습합니다.

이번 모임에서는 원고 중간 중간 그런 방법을 조금씩 정리하여 나눴습니다.

욕구조사 방법, 주민모임 평가 방법, 대상론 (누가 이웃인가, 이웃 관계는 어디까지 할 것인가),

이웃 동아리 조직 방법 따위가 그것입니다.

 

사례. 분명한 이상이 있고, 확실한 방법을 알고 있어도 충분한 사례를 알지 못하면 구체적 그림을 그리기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100편 읽기 모임을 통해 ‘이웃이 있고 인정이 흐르는 지역사회’를 만들어 가는 현장 실무자의 사례를 읽었습니다.

이야기는 다양했으나 모든 이야기에 끝에는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그 일을 이루었고,

그 활동으로 둘레 관계가 확장· 강화 되었습니다.

다른 곳에서 읽기 쉽지 않은 실천 사례들입니다.

다양한 현장 곳곳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생생한 이야기였습니다.

스스로 ‘사회사업가’라 생각하는 실천가들의 증언이고 증거였습니다.

 

 

 

100편 읽기 모임 한계

 

사회사업가를 ‘사회복지사와 구분하여,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가지고 현장에서 일하며,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루고 더불어 살게 돕는 사람’으로 정의합니다.

그런 정의를 붙잡고 ‘우리 지역사회를 이웃이 있고 인정이 흐르는 곳으로 바꾸려는 실천’을 주민조직화로 정의했습니다.

그런 이야기들만 모아 묶고 깁고 다듬어 소개했습니다.

 

다른 정체성과 다른 정의도 환영합니다.

단지, 그렇게 주장하려면 그에 알맞은 사례를 보여주십시오. 주장과 사례는 한 묶음입니다.

그래야 실무자들이 이해하고, 그렇게 도전해볼 수 있을 겁니다.

특히, 선배 사회복지사에게 부탁합니다. 해보라고만 하지 마시고 보여주십시오. 설명해주십시오.

 

여전히 부족합니다. 사회사업 현장 경험 10년, 사회복지사사무소 ‘구슬’ 개소 뒤 현장 실무자들과 학습 15년.

하지만 배움이 짧고, 실천이 부족하여 더 넓은 현장 이야기를 더욱 깊이 있게 담아내지는 못하였습니다.

생각과 주장이 치우치기도 합니다. 두루 살펴 중심을 찾아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풀어내기에는 한계가 많습니다.

더 나은 사회사업가 몫으로 부탁하겠습니다.

 

 

 

100편 읽기 모임 갈무리

 

최선웅 선생님의 ‘어린이 동요회’, 김별 선생님의 ‘놀이의 중요성’과 ‘어린이 텃밭 모임’,

강민지 선생님의 ‘어린이 놀이 모임, 골목야영’, 임세연 선생님의 ‘학교에서 아이들 동아리 만들기’와 같은 사례는

아동 사업을 진행할 때 계획부터 평가까지를 아이들이 맡아 이루게 했습니다.

부족한 만큼 둘레 사람에게 부탁하게 거들었습니다. 그렇게 다양한 활동은 구실이었고,

그 결과로 아이들의 주체의식이 높아지고 둘레 관계가 풍성해졌습니다.

 

최우림 선생님의 ‘동네 어르신 식사모임’과 ‘어르신 기록 모임’과 ‘도미니카 투어’,

윤시온 선생님의 ‘우리 같이 해볼까요, 동아리’, 정한별 선생님의 ‘어르신 그림책 모임’,

신지윤 선생님의 ‘주민 동아리로 자주 뵙겠습니다’ 또한 어르신의 둘레 관계를 확장하기 위해 이룬 일들입니다.

그 관계도 특별한 후원·봉사 관계가 아니라 시작부터 평범한 일상을 함께하고 공유하는 관계이기를 바라며 주선했습니다.

 

최선웅 선생님의 ‘소리 내어 책 읽는 엄마 모임’, 황성윤 선생님의 ‘공공의 월경’,

이가영 선생님의 ‘복지관에서 엄마들 책모임’, 임세연 선생님의 ‘학교에서 엄마들 책모임’ 이야기도 고맙습니다.

책은 모임 안에서 끝없는 이야기 주제를 만들어 냅니다.

의미와 보람, 재미까지 붙잡는 주제로 ‘책’을 적극 추천합니다.

또한, ‘엄마’를 붙잡음으로써 자녀와 가족에도 좋은 기운이 깃들기를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김승철 선생님의 ‘중년 남성 모임’, 윤명지 선생님의 ‘나를 알아봐준 사람이 생긴 것 같아요’,

이주희 선생님의 ‘두 번째 삶은 달걀’은 지금 우리 사회 속에서 가장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고 말하는

중년 남성들을 위한 모임 이야기였습니다.

이들에게 자신의 고립 고독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들고 정기적으로 만나는 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취향 취미 여행으로 만나게 거들었습니다. 일상에 생기를 주는 활동을 천천히 이뤘습니다.

둘레 관계도 조금씩 서로 알아가게 주선했습니다.

 

강민지 선생님의 ‘제가 이렇게도 살 수 있군요’, 문은선 선생님의 ‘신사 김사장’은

정신적 어려움이 있는 이들을 모임에 참여하게 주선하고 그 속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경험하게 거들었습니다.

강민지 선생님 글 속 샘물님 이야기는 중요한 실천 사례입니다.

이웃 동아리 활동가 같은 일을 복지관 조직을 넘어 여느 사람이 이용하는 ‘일반 복지수단(지역 대학 역사 강좌)’에

평범한 주민으로 함께 참여하게 한 모습에서 우리 실천의 지경을 확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웃 동아리’ 또한 특별한 자원일 수 있습니다.

 

고진실 선생님의 ‘지적약자청년모임’도 사회적 약자들을 주민모임의 봉사활동 대상으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함께 모여 일상을 나누는 당사자 모임을 이루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최정아 선생님의 ‘서로 힘이 되는 자조모임’과 ‘차 마시며 차차 알아가는 주민모임’도

사례관리 업무로 만난 주민들 서로 가깝게 지내게 주선한 자조모임입니다.

맡은 일이 무엇이고, 어느 팀에 속해있든 사회사업 방법으로써 당사자 둘레 사람을 조직한 좋은 사례입니다.

 

박유진 선생님의 ‘최해영 님 여행 이야기’ 역시,

사례관리 업무로 만난 당사자를 지원하면서 여행 팀을 꾸렸습니다.

여행 준비부터 진행까지, 당사자와 지역사회(둘레사람)가 여행 복지를 이루게 거들었습니다.

최해영 님을 위해 둘레사람을 조직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보미 선생님의 ‘우리 동네 강아지 모임’은 반려동물 인구 일천만 명인 시대를 반영하여

지역사회마다 하나쯤 있으면 좋을 모임의 예시였습니다.

주혜미 선생님의 ‘농촌 청년 모임’은 도시 현장 이야기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농촌이란 다른 상황을 생각하게 해준 고마운 사례였습니다.

 

강민지 선생님의 ‘대도시에서 이웃과 어울려 살아가기’, 신혜교·강지훈 선생님의 ‘온동네가 함께하는 마을모임’,

이가영 선생님의 ‘이웃 동아리, 주민들은 기다리고 있었다’와 같은 사례는

지역사회 속에서 주민 모임의 필요와 의미를 잘 설명해주었습니다.

 

윤정아 선생님의 ‘벌집이 육각형인 이유를 아시나요’는 결국 복지관 주민모임이 목적하는 바를 아주 잘 설명하였습니다.

여전히 우리 현장에서는 사회적 약자인 당사자는 놓아두고 그 둘레 사람을 ‘조직’하여

당사자를 지원하는 ‘의존모델’을 선호하는 듯합니다.

이 모델에서 당사자는 항상 받기만 하는 무기력한 ‘대상자’가 되어버립니다.

‘수급자 대상자’와 같은 이름으로 사회복지사나 혹은 지역주민들의 프로그램과 활동 대상으로 위치해 있는 이들.

윤정아 선생님을 한 분 한 분 섬세하게 만나가면서 생활 모임으로 주선하였습니다.

잘해왔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이루고 누리는 가운데 삶의 주체로 살아가게 거들었습니다.

나아가 지역공동체에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해냄으로써 당사자에게 보람을,

지역사회에는 다양한 이들과 어울려 살아간다는 삶의 경험을 주었습니다.

 

실천 사례 각각의 의미와 위치를 소개하지 못하여 미안합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실천 사례로 이론을 증명하고, 질문을 풀어준 여러 선생님, 고맙고 고맙습니다.

 

 

 

이제 선생님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열심히 살아가는 당신 삶 이야기를 들려준 이웃들과 그 이야기를 잘 다듬어 정리한 선생님들,

이 과정을 허락하고 응원한 복지기관에 감사합니다.

지난 십여 년 동안 사회복지사사무소 ‘구슬’과 함께 공부한 이들의 귀한 이야기를 모아 나눌 수 있어 기쁩니다.

함께 읽은 선생님들 덕에 행복했습니다.

뜻을 세워 의미 있게 이뤄가려는 사회사업가에게 이 이야기들이 조금이라도 힘과 용기 주기를 소망합니다.

이제 각자 현장에서 여럿이 함께 읽는 모임을 만들고, 그 속에서 꾸준히 읽고 나누기를 바랍니다.

 

주민모임 실천 사례 100편 원고를 모두 읽었다면, 이제 선생님께서 기록할 차례입니다.

단 몇 줄이라고 쓰고 나눠주십시오. 오랜 경험 끝에 최고의 학습은 쓰기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쓰기 위해서는 읽어야 합니다. 읽고 쓰는 가운데 생각을 정리하고, 새로운 길이 보입니다.

나아가 그 과정을 글로 나눴을 때, 현장이 함께 한층 성숙합니다.

 

읽는 사람이 쓰는 사람 되고, 쓰는 사람이 우리 지역복지 현장 희망입니다.

읽고 쓰는 사람이 사회사업 역사를 만듭니다.

그 역사를 따라 후배 사회사업가들이 길을 나설 겁니다.

이렇게 이웃이 있고 인정이 흐르는 지역사회 만드는 정의로운 일에 청춘을 받치고 싶다고.

 

기회는 기다림 속에서 우리 함께 읽은 사례들이 계속 복기 될 때 찾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