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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구슬꿰는실

[도서] <핵사곤 프로젝트>_강민지 문은선 박은희 윤명지 이주희 윤정아

by 구슬꿰는실 2024. 7. 8.

189쪽 | A5 크기 | 12,000원

ISBN 979-11-91332-40-7

재생종이로 만든 책

 

 

 

 

 

 

<핵사곤 프로젝트>

 

- 강민지 문은선 박은희 윤명지 이주희 윤정아 -

 

 

 

 

- 헥사곤(hexagon) : 육각형. 벌집모양처럼 다양한 사람이 어울리는 안정적 관계망이란 의미이면서,

여섯 저자를 뜻하기도 합니다. 우리말 외래어 표기법은 ‘헥사곤’이지만,

‘핵개인화 되어 있는 사람들을 곤경에서 이겨내게 거든다’는 뜻을 담아

책 속에서는 ‘핵사곤’으로 표기하였습니다.

 

 

 

 

 

저자

 

강민지, 은천동팀 사회복지사

문은선, 성현동팀 사회복지사

박은희, 신림동팀 사회복지사

윤명지, 보라매동팀 사회복지사

이주희, 보라매동팀 사회복지사

윤정아, 은천동팀 팀장

 

 

 

 

 

 

[맺는 글]

 

이가영 | 강감찬관악종합사회복지관 부장

 

마지막 글까지 다 읽은 독자들이라면, 이 책의 제목이 왜 ‘핵사곤 프로젝트’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벌꿀을 가장 안전하게 담을 수 있는 벌집. 이런 벌집을 이루고 있는 수많은 육각 기둥.

6개의 선분으로 이어져 있으면서 다른 육각형들과 붙어있어 가장 경제적이고 안전할 수 있는 구조가 바로 핵사곤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도 이런 벌집 모양이라면 안전할 수 있을까. 웬만한 충격도 흡수해 주고,

이탈되지 않도록 서로가 받쳐주는 힘도 크니까.

 

사람은 가족이나 친구 직장 이웃 같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 관계들이 자기만의 육각형을 만들어 준다.

태어나면서부터 이 관계가 무너진 사람들도 있지만, 안정적으로 살아오다가 어느 순간 보니 관계가 무너져 있는 사람들도 있다.

실직이나 이혼 또는 가족의 죽음이나 친한 친구의 배신 때문에.

그리고 빚을 지거나, 사고를 당하거나, 병에 걸리거나, 정신적인 충격을 받는 등

각자의 이유로 원래 가지고 있던 관계의 육각형이 무너진다.

어느덧 무너진 자신도 발견하게 되는데, 무너짐은 그를 지탱하고 있던 관계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육각형을 이루는 한두 개의 선이 허물어지면서 자신의 육각형 자체가 허물어진 것이다.

동시에 자신이 사회에서 해왔던 역할도 무너지게 된다.

 

우리가 하는 일은 다시 한번 그 사람의 육각형을 복원하고 생성하는 일이다.

구조적으로 안전하고, 그 안에 있으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안전한 자기 자신을 찾게 하는 육각형.

그 방법은 어디선가 무너진 관계들을 하나씩 회복하게 돕는 것이다.

관계는 무너졌던 과거의 관계가 아니어도 된다. 허물어진 선들이 다시 이어질 때 이전의 육각형 혹은 새로운 육각형을 만들 수 있다.

자기가 왜 무너졌는지도 몰랐던 사람들은 어느 순간 안전함과 안정감이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무엇보다 벌집 안의 육각형은 육각형 하나로 독립해서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의 육각형은 또 다른 여러 육각형에 둘러싸여 있다.

새로 만들어진 육각형이 이전보다 충분히 더 안전한 구조체일 수 있다.

하나의 육각형이 회복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더 중요한 건 그 육각형이 인접한 다른 육각형들에게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다는 거다.

나 자신의 안정이 더 나아가 사회적 안정도 가져오는 것이다.

옆집에서 힘들고 외롭게 살던 사람이 잘살게 되면 나의 삶도 더 안전해질 수 있다.

힘겹게 지내던 그가 범죄나 은둔, 고통이나 극단적 선택이 아닌 다르게 사는 방법을 알게 되면 사회적 비용도 감소할 수 있다.

 

 

이 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샘물 님은 일상의 힘든 일을 의논하는 동네 동생과 어른이 생겼다.

강 선생님은 사람들과 맛집 탐방하며 자신이 알던 곳들을 안내하고 있다.

모두가 기피했던 김사장님은 같은 아파트 사는 어르신께 도시락 전해드리다가 이웃에게 칭찬받았다.

동네 주민들이 한데 모여 지구 지키자는 캠페인을 할 때는, 선두에 서서 마을 사람들을 인솔했다.

 

한때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던 정 선생님은 거리 캠페인 때

백 개도 훨씬 넘는 담배꽁초를 직접 손으로 주우며 거리가 깨끗해지게 했다.

핵사곤 모임 멤버들은 여전히 함께 상추도 심고, 비빔밥도 비벼 먹고, 여기저기 놀러 다닌다.

집에만 은둔해 있는 분들을 만나기 위한 복지정보 안내지도 집집마다 문고리에 걸며 홍보도 해주고 있다.

이들은 타인과 연결되어 다르게 살면서 또 다른 이들의 곁이 되어주기도 하고,

우리 사회의 보호막을 견고하게 하는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핵개인화 되어있는 사회에서 곤경에 처한 사람을 살리고,

이로써 사회를 구할 수 있는 핵사곤 프로젝트의 본질이다.

 

여전히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책모임 하나, 열무김치 담가 나누는 일, 동네 아이들 뛰어노는 일 거든다고 해서, 무슨 인생이 바뀌고 무슨 사회가 바뀌냐고.

사소한 활동으로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냐고.

그러나 모든 관계는 사소한 것에서 시작한다. 모든 사소한 관계들이 모여서 자신을 만들고 사회를 만든다.

잘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의 일상을 이루는 것은 모두 사소한 관계다.

작은 관계들로 일상이 채워질 때 그 사람도 안정되는 것이다.

사소한 책모임 하나 만드는 그 일이 사람의 관계를 다시 만들고, 일상을 변화시킨다.

복원된 육각형으로 지역사회 안에서 다른 육각형들을 지탱시키고 보존시킨다.

 

그러므로 온갖 문제 해결하게 잘 도운 아저씨가 여전히 술 마시고 찾아와 주정한다고 속상하지 말자.

살맛 생겼다고 말한 주민이 내일은 또다시 극단적인 선택을 말한다고 해도 낙심하지 말자.

특별한 일 없어도 하루가 멀다고 사무실 찾아와 한 시간 떠들고 가는 주민, 당당하게 응대하자.

응원하고 마음 다했던 주민이 다시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고 너무 괴로워하거나 자책하지도 말자.

자기 한 인생 잘 사는 것도 힘든 세상에서 주민의 고민에 같이 호흡하고 한숨 쉬는 동료들,

내가 하는 이 일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고민하는 동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은 당신이 하는 모든 일이 이 사회에서 어떤 식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한눈에 보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하나하나 만들어 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사람의 육각형이 완성될 수 있다.

당신의 한숨, 고민, 사소한 손길 하나하나가 모여 누군가의 온전한 육각형을 만들어 주고 있다.

그건 단지 육각형 하나에서 그치는 일이 아니라 무너졌던 벌집, 우리 사회를 회복시키는 일이다.

벌집이 복원되었을 때, 그 중 어느 하나는 당신의 역할이었다는 것을 기억하자.

 

하나의 관계가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

주민을 응원하며 일상을 변화시키고,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살게 돕고 있는,

지금도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는 나의 동료들이 자랑스럽다.

 

 

 

차례

한미경 | 여는 글 2
 
강민지 | 제가 이렇게도 살 수 있군요 7
문은선 | 신사 김사장 26
박은희 | 우리 마을 신림동에는 ‘프레드릭’이 산다 59
윤명지 |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생긴 것 같아요 83
이주희 | 두 번째 삶은 달걀 114
윤정아 | 벌집이 육각형인 이유를 아시나요 137
 
이가영 | 맺는 글 182

 

 

[책 구매]

https://cafe.daum.net/coolwelfare/SD5b/1

 

 

 

 

 


 

 


 

표지 그림

작가 정은혜

 

핵사곤 프로젝트의 글쓴이 6명의 모습을 정은혜 작가가 그려주었다.

정은혜 작가는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한지민 언니로 나와 일약 화제가 되었다.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난 정은혜 작가는 학창 시절 장애로 친구가 없었다고 한다.

스무 살이 되면서 방에서만 지내며 틱, 말 더듬기, 시선 강박증 증세가 나타났고,

타인의 평범한 눈길을 공격적으로 받아들여 화를 내거나 자신을 공격하며 증상이 심해져 조현병까지 오게 됐다.

최선을 다해 키운 딸이 무너지자, 그의 어머니와 가족들도 무너졌다.

 

그런 정은혜 작가가 인생의 전환점을 만나게 된 계기는 바로 그림이었다.

그림 그리는 재능을 발견한 가족의 도움으로 캐리커쳐 작가가 되어

2017년부터 양평 문호리에서 사람들의 캐리커쳐를 그려주고 있다.

4년 동안 4천 명을 그렸으니 하루에 꼬박 두세 명씩 쉬지 않고 그린 셈이다.

사람들을 만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틱도, 조현병도 없어졌다. 밝고 당당한 모습을 되찾았다.

 

특유의 그림 스타일 뿐 아니라 타고난 입담과 재치로도 사랑받고 있는 정은혜 작가는

현재도 양평에서 청년들과 함께 예술 활동을 하고 있고, 전시회도 하고 있다.

사람들은 그를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으로 보지 않고, 그림 잘 그리는 한 사람의 작가로 바라보고 있다.

우리는 우리와 만나는 당사자들이 정은혜 작가처럼 지역사회에 스며들어

자기 삶을 사는 모습을 늘 꿈꾸며 마음에 그린다.

그런 우리의 모습을 그려준 정은혜 작가에게 참 고맙다.

 


 

2024년 2월.그동안 구상한 글감을 들고 한 주 내내 (마포) 책방으로 출퇴근했습니다. 2월에 초안을 마쳤습니다.
4월. (종로) 책방에서 그동안 다듬은 글을 들고 만나 온종일 낭독했습니다. 이 날은 부장 이가영 선생님께서도 함께하며 후배 사회사업가들의 글을 읽고 첨삭하였습니다. 늦은 저녁까지 다시 쓰고 다듬었습니다. 그 뒤, 다시 한 달을 각자 수정하였습니다.